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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명상원 일기 -27-울퉁불퉁 멍게 - 쌉쌀 · 달콤 · 향긋한 맛의 진수
번호 186 작성자 최진태 등록일 2013-04-15 조회 9,255 추천 1808

통영명상원 일기 -27-

울퉁불퉁 멍게 - 쌉쌀 · 달콤 · 향긋한 맛의 진수

통영의 명물이며 특산물인 생굴이 작년엔 노로 바이러스 검출소동 후 홍역을 톡톡히 앓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대미 수출이 재개 되었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만만찮다고 하는데, 멍게 또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흉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 우울한 소식이다. 지난여름 이상 수온으로 멍게 성장 속도가 늦어져 상품속 있는 크기로 덜 성장했기 때문이란다.

멍게는 수온에 민감한 양식 품종인데 지난여름과 올 겨울 이상 수온 현상으로 대부분 멍게가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이 더딘 결과 때문이다. 또한 수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멍게 껍질이 흐물흐물해지고 서서히 녹아내려 버리는 ‘물렁병’ 조짐마저 보인다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큰 피해 없이 조속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래도 통영 중앙시장 · 서호시장 어판장엔 멍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횟집마다 멍게가 봄철 미식가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다.

멍게 껍질을 까는 통영 인평동 천대마을 등의 박신장도 여인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걸 보면 멍게 철이 오기는 왔나보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성장하면서 파인애플을 닮아 ‘바다의 파인애플’이란 애칭도 얻고 있다. 피낭의 상단에는 물이 들어오는 입수공(入水孔)과 출수공(出水孔)이 있어 물을 뿜어낸다.

원래 우렁쉥이가 표준어이고 멍게는 사투리이다가 한글 표기법 개정 때 표준말로 인정받았다. 아니 요즘은 오히려 멍게가 더 통용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멍게가 껍질에 싸여 물을 쏘는 모습에서 ‘우멍거지’라고 하였는데 즉 우멍거지는 남성기가 포경(包莖)일때의 순수 우리말로써 차마 이 말을 쓰기가 민망해서인지 가운데 두 자만 추려서 사용한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가 돋보인다. 멍거에서 편의상 멍게로 바뀐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연을 알고 멍게를 대한다면 한층 더 정겨웁게 다가오지 않을까? 멍게의 그 쌉쌀 · 달콤 · 향긋한 뒷맛처럼 말이다.

멍게에는 인체에 필수 불가결한 미량금속 바나듐 성분이 들어있다.

이 바나듐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주며 당뇨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스테미너 증진에도 한 몫을 한다하니 이 어찌 기특하지 않겠는가.

물에서 딴 뒤 몇 시간 지나면 옥타놀과 신티아놀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독특한 단 맛도 지닌다. 그리고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이는 콘드로이틴황산을 추출하여 피부미용은 물론 노화방지, 동맥경화 억제, 뼈 형성 작용, 세균감염 억제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노화방지와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니 여성들이여 부디 많이 드실지어다. 양(陽)과 음(陰)의 기운이 합쳐지는 형국이다.

또한 멍게 해삼 해파리와 함께 3대 저 칼로리 해산물에 속한다.

게다가 해삼, 해파리와는 달리 다량의 글리코겐이 함유되어 있고 아미노산의 균형이 뛰어나다고 하니 단연 영양이나 그 기능면에서 우수한 식품임엔 틀림없을지어다. 예전엔 횟집이나 일식집에 무료 안주로 한 몫 했지만 올해엔 품귀현상으로 조금은 더 귀하신 몸으로 탈바꿈 할 것 같다. 음식의 대부분이 귀하고 비싸다고 하면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니까.

멍게는 만두멍게, 딸기 만두멍게, 흰 덩이 멍게, 거북등 안장멍게, 등의 종류가 다양하다.

회나 비빔밥 재료로 쓰는 종은 ‘벙게’ 도는 ‘우렁쉥이’라 부르는 종이다. 우리가 흔히 돌멍게라 부르는 것은 ‘거북등 안장 멍게’이다.

이것은 멍게와는 달리 껍질이 돌처럼 매우 단단하다고 해서 돌멍게라는 이름이 붙여진 듯 하다. 때론 애주가 사이에선 돌멍게의 속은 먹고 껍질은 간이 소주잔으로 이용하는 멋을 즐기기도 한다.

돌멍게는 맛과 향기가 멍게보다 뒤떨어지지 않아 인기가 많은 반면 자연산 밖에 없어 그 양이 많지 않은지라 미식가들은 더욱 돌 멍게를 찾는 모양이다.

한편으로 멍게는 주로 초장에 찍어 회로 먹지만 멍게 비빔밥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일미이다. 잘 양념된 왜 간장에 하얀 이밥과 함께 멍게 살점을 쓱쓱 버무려 비벼 먹는 그 맛 역시 독특하다. 흔히 바다를 자연의 보고라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식량분야를 말하였지만 요즘은 해양 바이오 에너지에 관한 관심의 비중이 더 커진 것 같다. 최근 사이언스 데일리에 노르웨이의 한 연구팀이 해양생물인 멍게를 바이오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멍게가 앞으로 미래의 선진 바이오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날도 머지않을 듯싶다. 앞으로 에너지 위기를 타게 할 한 방책이 멍게로부터 탄생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더욱 멍게는 버릴게 없는 귀한 수산 자원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졸작인 ‘멍게님’ 시 한 수를 읊어 봅니다.

망칙하게 볼라치면 / 이팔청춘의 젖꼭지요 우멍거지라 /

고개 들어 올려보면 / 설악 봉정암 둘러싼 / 성스런 공룡능선 봉우리들이라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 세상살이에 / 눈 귀 코 입 다 닫아걸고 /

마음먹고 작정한 / 바다 속 백년 묵언 수행자인가 /

비우고 다 비우다가 / 기어코 / 가죽 껍데기 한 자락만 걸친 /

적토마 타고 오는 초인으로 환생했나 /

이제 그 속비운 내장마져 / 입 맛 쩍쩍 다시는 중생들에게 /

훌훌 던져 주고 / 마감하는 멍게님 생애 / 거룩한지고

지금 통영의 산하 곳곳에는 봄꽃들이 서둘러 폭죽처럼 피어나고 있다.

더불어 코발트빛 통영 봄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펄떡거리는 해산물들이 있어 입과 눈이 더욱 어지럽다.

그윽한 금관악기 뱃고동 소리 한 자락과 더불어 선창가 또는 횟집 난전에 앉아 정담을 나눌 정인(情人)과 마주 앉아 잘 삭은 초고추장에 멍게 한 입 베어 물어 보시지요.

게다가 벚꽃나무아래 앉아 맥주잔 소주잔 막걸리 잔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하양 분홍 벚꽃잎 후후 불며 마셔보는 낭만 한 번 누려 본다면 그 더욱 절창이 되겠지요.

그 발칙한 낭만의 힘으로 부터 삶의 의욕을 충전할 지어니…….

찬란한 슬픔의 봄,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이 가기 전에 서두르세요.

어화 벗님네들이여!

2013. 4. 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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